수습위원 박채린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필자가 독자에게 한 가지 퀴즈를 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길거리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가게 중 하나가 무엇인가? 휴대폰 판매점? 미용실? 정답은 바로 각종 브랜드의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편리함(convenience)을 개념으로 도입된 소형 소매점포를 말한다. 여기서 편리성이란 소비자 입장에서의 표현으로 연중무휴, 조기·심야영업, 주거지 근처에 위치, 10~100평의 중형 점포, 식료품과 일용잡화를 중심으로 2,500개 내외의 상품 취급 등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편리’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편의점이 누군가에는 불편함을 주는 '불편의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그렇다면 왜 불편을 느끼는지 자세히 탐구해보자.
예지(가명)는 갈증을 해소하고자, 평소 좋아하는 A음료수를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에 입장한다. 매장 입구의 위치를 잘 모르기에 지팡이 혹은 안내견의 도움을 받으며 겨우 찾아 입성한다. 곧이어 ‘어서오세요, ○○편의점입니다.’ 직원의 친절한 인사 소리가 들린다.
예지는 또 다시 더듬더듬 촉감에 의지한 채 물건을 탐색한다. 겨우 찾은 음료 코너.
‘어디보자, A음료가 어디에 있나’ 열심히 찾아보지만 예지가 원하는 특정 브랜드의 음료는커녕, 지금 본인이 짚은 것이 음료수인지 맥주인지조차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점자가 표시되어 있던 술이 아닌 음료를 집어 들고 겨우겨우 결제까지 완료한 후 한 모금 마신다. ‘엑, 이건 내가 싫어하는 맥콜이잖아!’
지금까지 시각 장애인의 입장에서 편의점을 이용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 해 보았다.
위에서 보았듯이 우리와 똑같은 사회 구성원 중 하나인 시각장애인들은 편의를 제공해주는 편의점에서 원하는 물건조차 채 구매하지 못하는 불편의를 겪고 있다.
실제 선천적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대학생 조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품명이 없으니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 비슷비슷한 것들을 명확히 구분해 주는 게 점자의 역할 아닌가.”라고 말한다.

앞 사진은 편의점 냉장고에 진열된 여러 종류의 캔 음료들을 시각 장애인들이 접하는 점자 정보를 바탕으로 재 진열한 사진이다. 20개가 넘는 다양한 종류의 캔 음료들이 존재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이를 음료와 탄산, 그리고 음료와 탄산 모두 아닌 음료 단 3종류로만 구분할 수 있다.

왼쪽 사진은 비장애인이 보는 약의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시각장애인 시선에서 바라보는 약의 모습이다. 언제 어떻게 필요할지 모르는 긴급 의약품엔 종류는커녕 약이라는 점자표기도 기입되어 있지 않다. 이는 곧 편의점에 불편을 겪는 많은 이들 가운데 특히 시각 장애인으로 대상을 특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각 장애인들에게 있어서 눈이 되어주는 안내견을 항상 동반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주인이 원하는 물품을 대신 구매해줄 능력은 없다.
다음은 비장애인을 대표하여 실제 오랜 기간 동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학우를 대상으로 시각 장애인들이 점자 불 표기로 불편을 겪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터뷰이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2년차 편순이, 인천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재학 중인 유은우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