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김지윤
중국 당국이 우한 지역에서의 원인 불명 폐렴 발생 인정 후, 1월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밝혀졌다. 우리나라 정부는 13일부터 우한에서 온 입국자의 전수조사를 시작했으며 20일에 첫 확진자가 나왔다. 이후 우한 입국자를 중심으로 3명의 확진자가 더 추가되었지만 빠른 역학조사와 접촉자 관리로 초기 대처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중국에 발 묶인 교민들을 수송하며 빠르게 확진자가 늘어났지만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완치자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월 18일 31번째 환자로 상황이 뒤바뀌며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확진자가 늘어났다. 질병관리본부는 ‘피해최소화’를 목적으로 빠르게 전략을 바꾸어 대처하였다. 코로나19가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지고 방역과 확진자 대처 방안이 검토되는 과정 속에서 한국은 빠른 대처와 방역으로 극찬을 받았다.
그리고 그 극찬 속에서 소외된 이들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무료급식소 이용자들
1992년, 혹은 그 이전부터 무료급식소는 취약 계층의 끼니를 챙겼다. 전국천사무료급식소 26곳을 포함해 여러 사회복지관과 비영리단체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6곳 전국천사무료급식소의 하루 이용자는 1만 5천 명에 달하고 각 단체와 기관에도 하루 300명 안팎의 이용자가 오간다.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혹은 정부의 도움을 받고도 살아감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2월 초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전국 곳곳의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았다. 무료 급식으로 하루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문제에 당면했다. 시설을 운영하던 사람들에게 ‘우리 어떡하냐’고 하소연 한 번 해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문제는 단번에 복합적으로 일어났다. 감염 위험으로 봉사자들의 수가 줄어들고, 도래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후원이 줄어들었다. 그와 함께 사정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무료 급식소를 찾으며 이용자 수가 늘었다. 자연스럽게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일용직이라도 하며 조금씩 삶을 해결하던 사람들의 일마저 줄줄이 끊겨 당장 의식주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사람들은 ‘코로나보다 배고픈 게 무섭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무료급식소 이용자들은 쪽방촌 거주자, 독거노인, 노숙인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쪽방촌 거주자와 독거노인은 급식이 중단되자 밖에 나갈 일이 없어 ‘아무도 모르게 굶어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말이 나오고, ‘마음이 고프다’고 얘기한다. 현재 많은 기관이 도시락을 준비해 배부 및 배달을 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집에 가져가서 혼자 먹거나, 혹은 길에서 먹어야 하는 온기를 잃은 상황들이 이용자들의 고달픔을 부추기고 있다.
수용시설 내 사람들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 초기, 청도대남병원에서는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는 101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입원 환자 103명 중 101명이 감염된, 사실상 전원 감염이었다. 누군가는 ‘청도대남병원, 거기 원래 비리재단이었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의 수용시설이 청도대남병원과 크게 다른 모습일까? 왜 장애인에게는 시설 외의 선택권은 없었을까?
81년 장애인의 날 선포와 88올림픽을 이유로 장애인들의 수용시설 격리는 급속화 되었다. 87년 부산 형제복지원의 인권 침해 실태 고발을 시작으로 현재에도 인권 침해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위의 사진은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 실시한 ‘정신병원 격리 강박 실태조사 연구용역보고서’에 기록된 사진이다. 2018년에는 대구 희망원 내 장애인 수용시설인 시민마을이 인권 침해로 고발된 후 폐쇄되었다. 2020년 6월 초에도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 폐쇄병동 보호실의 환경이 대개 인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며 개선을 권고하였다. 보호실의 환경은 침대 옆에 가림막 없이 변기가 존재했다. 잠금장치가 없어 용변을 보는 중에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끊임없이 권고가 내려짐에도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그 안에서 기대 없는(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수용시설을 박차고 나오면 되는 일일까? 정부의 장애인 대상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한 장애인 언론사는 ‘너무 초라하다’고 표현했다. 심지어 매뉴얼은 6월 말이 되어서야 나왔고 대개 이제까지 나온 지침들을 정리해둔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상황은 장기화 되었고 이미 많은 장애인들이 죽었고 죽어가고 있다. 시설 내 집단 감염이 이유 중 하나다. 시설 밖 장애인들은 돌봄 지원이 끊겼다. 장애인복지관과 주간보호시설 등이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휴교가 이어지자 장애인 아동청소년의 돌봄 또한 가정이 도맡아야 했다. 부모가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한 후 자살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출처: 유튜브 <닷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