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위원 김동윤
전공을 불문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중에 토익 점수를 준비하지 않은 분들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필자는 2년 정도 토익학원에서 강의하면서 다양한 토익 응시생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기업에 입사 혹은 공무원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취준생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중에는 국립대에 편입하려고 하는 수험생분들이나 대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임원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시는 50대의 분들까지 정말 다양한 이유로 토익에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최근에는 오픽이나 토스 같은 다른 시험들의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과거와 같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직도 토익이 가진 영향력은 유효하게 보입니다. 이러한 토익이 올해 5월 23일부터 4만45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3,500원 인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토익의 이러한 가격 인상은 저희와 같은 응시생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과연 응시료 인상은 합당한 것이며? 현재의 토익 시험이 가지고 있는 다른 문제점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토익 주관사 ETS와 한국 토익위원회는 이번 인상이유에 대해 “지속적인 물가상승과 시험 관련 제반 비용의 증가로 부득이하게 5년 만에 인상하게 됐다”라며 이유를 밝혔습니다. 기존 4만4500원에서 4만8000원 (약 7.8%)의 인상률을 기록했는데 이것은 최근 5년 간 2015년부터 2020년의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5.4%*와 비교했을 때 충분히 과도한 인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과거의 인상 사례들을 분석해보아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습니다. 1999년과 2011년 사이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6%**임에 반해 토익 응시료는 같은 기간 61%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물가 상승률을 상당히 능가하는 인상 폭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토익의 문제점은 비용뿐만이 아닙니다. 토익을 몇 번 응시해본 학생분들은 아시겠지만, 토익 시험일과 성적 발표일 간에는 11일이라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만약 자신이 점수 확인 후 목표 점수를 달성하지 못해 바로 다음 시험을 응시하려 한다면 특별 추가접수 기간이라는 할증이 적용되어 기존의 응시료보다 약 10% 정도 높은 가격인 5만280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일부 토요일 시험의 경우에는 응시조차 불가능함) 만약 이러한 할증 금액을 피하려고 정기접수 기간에 연속된 시험을 신청한 상태에서 첫 번째 시험에서 목표 점수를 달성하여 두 번째 시험을 환불하는 경우 2차 취소 신청 기간이라는 이유로 응시료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게 됩니 다. 이러한 토익 시험의 기형적인 구조는 과거부터 꾸준히 논쟁이 되던 사항이며 2013년에는 시민단체에 의해 제소를 당하기도 했지만, 점수 발표일이 조금 당겨졌을 뿐 구조적인 개선까지는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비용이나 구조적인 문제 외에도 시험을 준비하는 응시생들에게 불리한 관행들이 다양한 부분에 산재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응시자들이 실제 기출문제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토익의 주관사인 YBM에서 실제 기출문제들을 모아서 문제집 형식으로**** 출판하거나 공식 홈페 이지를 통해 일부 시험 문제에 대한 해설 강의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만 토익이 한국에서 처음 시작된 1982년부터 2018년까지 YBM사 측에서는 실제 기출문제를 공개하지도 않았고 응시자들이 사용했던 시험지를 외부로*****반출하는 것 또한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중대형 학원에서는 복원본이라는 형식으로 수강생들에게 문제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학원에 다니면서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얻을 수 없는 정보가 되어 수강생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또한, 시험 성적표를 인쇄를 하기 위해서는 처음 한 번의 무료기회 외에는 한 장당 2000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던가 성적표에 점수만 표시될 뿐 어떤 문제 를 틀렸고 문제당 배점이 어떻게 되는 지 점수에 대한 근거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YBM 홈페이지의 공지입니다. 과연 양해를 부탁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최근의 한국 토익위원회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시스템 개선을 통해 시험부터 성적발표까지 기간을 10일로 단축하고 추가 성적표 재발급 비용 또한 6월 1일부터 1매당 1,500원으로 낮추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더 나아가 토익 정기시험 접수자에게 토익스피킹, 토익라이팅, 토익 S/W 가운데 한 과목을 8,000원 할인된 금액에 응시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겠다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또한, YBM 사이트를 통해 지속해서 공개하고 있는 '토익 정기시험 기출문제 해설 동영상'이나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연 2회 토익 무료응시와 군인 응시료 반값 제도와 같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긍정적인 정책들 또한 지속해서 진행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들이 토익 응시료 인상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보통 토익 점수를 제시할 때 인출된 형태가 아닌 수험번호를 제시하여 웹을 통해 점수 확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굳이 성적표를 재발급하는 경우도 많지 않고 2000원이라는 금액의 가치 보다는 비싼 응시료를 지불했음에도 시험 성적표를 한 번 더 지불해야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였고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는 것 또한 다른 시험들과 토익이 성격이 다르다 보니 정작 시험 응시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경우들이 있어 쿠폰의 활용의 의문이 붙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토익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까요? 만약 토익 응시료 인하가 불가능한 사안이라면 토익의 갑질을 바꾸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시험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위에서도 문제점으로 한번 언급한 부분이지만 현재의 시험은 너무 폐쇄적인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저작권을 이유로 시험 문제를 공개하지 않고 응시했던 시험의 점수만을 공개할 뿐 어떤 문제를 틀려서 몇 점이 감점되어서 이러한 점수가 나왔다와 같은 세부적인 피드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가 저작권 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영구적인 공개가 아닌 ‘국제무역사’와 같은 시험처럼 시험 종료 후 몇 일간만 홈페이지에 시험 문제와 정답을 게시하여 기출문제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통해 응시생들의 부담을 줄여 줄 필요성이 있습니다. 후자 또한 시험에서 어떤 문제가 틀렸고 몇 점에 감점이 이루어졌는지를 성적표에 명확하게 표시해주거나 적어도 응시한 시험에 대한 정확한 정답을 제시해주어 응시생들이 무엇을 모르고 다음에는 어떤 부분을 보충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하여 수험생들이 겪지 않아도 될 시행착오를 방지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자격증 시장은 독점구조로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토플이나 텝스와 같은 다른 시험들도 있지만, 근본적인 사용처에서 차이가 있어 토익의 독점구조를 변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토익이라는 시험이 국가와 같은 공적인 기관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닌 이익을 위해 일하는 회사가 주관하여 진행하고 있으므로 사측이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는 구조입니다. 위의 응시료 인상에 대해 수강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높아진 가격을 지불하는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과연 이러한 현행의 갑과 을의 구조는 옳은 것일까요? 응시생들은 언제나 을로만 남아있어야 할까요?
*출처 통계청 **출처 통계청 ***인상된 가격입니다. ****사실 이것 또한 책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입니다. *****2021년 현재에도 불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