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윤예진


책값, 나만 부담돼?

매번 개강 시즌이 오면 걱정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전공 서적의 가격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비싼 책값에 당황하고, 놀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현재 책값은 낮은 가격대의 경우 1-2만원, 높은 가격대의 경우 4-5만원 혹은 그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합니다. 이러한 가격대는 학기마다 여러 권의 전공 서적을 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게 합니다. 가격에 대한 부담은 비단 전공 서적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집, 문학, 인문 교양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에서도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한 번쯤 해보게 되는 고민이 있습니다. ‘이 책들을 더 낮은 가격에 살 방법이 없을까?’

도서정가제, 왜 시행했을까?

현재 우리나라는 책을 일정 할인율 이상 할인하여 판매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를 ‘도서정가제’라고 합니다. 도서정가제는 서점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없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것으로 2003년 2월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동네 서점의 활성화’에 있습니다. 대형 서점들이 책의 가격을 내리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은 더 많은 책을 구비하고, 더 낮은 가격에 책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대형 서점’으로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동네 서점이 사라져가는 시점에서 정부가 꺼내 든 비장의 카드가 ‘도서정가제’입니다. 일정 할인율 이상 할인하여 판매할 수 없도록 정함으로서 가격 면에서 동네 서점과 대형 서점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책값의 인하 경쟁으로 인한 학술과 문예 분야의 고급서적 출간이 위축을 막고 작가의 창작 저작물로 문화적 가치를 갖는 문화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소비자가 지불한 책값 중 저자에게 돌아가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출판사 ‘제철소’에서 출간한 <문학하는 마음>이라는 책 속 박준 시인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초판 발행 당시 8,000원(현재는 9,000원)으로 책값이 책정되었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초판 발행 이후부터 2019년 1월까지 7년간 총 11만 부 판매를 기록했습니다. 총 11만 부 판매를 기록한 이 책에 대해서 박준 시인이 받은 인세는 책값의 10%라고 합니다. 즉, 한 권당 800원을 받았으며, 7년간 총 8,800만원의 인세를 받은 것입니다. (저자마다, 책마다 받는 인세는 모두 다르며, 한 사례가 될 뿐, 이가 일반화될 수는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처럼 소비자가 지불한 책값 중 저자에게 돌아가는 비중이 적은 상황이며, 책을 출간한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적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책값의 할인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질 경우, 저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들게 됩니다. 이에 대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고급서적을 출간하는 것을 꺼릴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낮추고 나아가 작가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집필한 원고에 대해 ‘창작 저작물로 문화적 가치를 갖는 문화 제품’으로 인정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제정된 것이 바로 ‘도서정가제’입니다. 또한, 도서정가제는 이외에도 창작, 출판, 독서 등에 있어서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한다는 점에서도 그 취지를 갖습니다.

도서정가제의 변천 과정

도서정가제는 2003년 신간에만 규제를 두면서 처음 시행되었습니다. 온라인 서점에서만 신간의 가격할인을 최대 10%로 정하며, 이외의 책들은 서점의 재량에 따라 할인 폭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신간’의 기준은 출간 1년 이내의 서적이었습니다.

이후, 2007년 도서정가제는 신간의 범위를 1년 6개월 이내의 서적으로 넓히고, 온라인 서점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서점에 대해서도 규제하게 됩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도서정가제는 2014년 한 번 더 개정된 도서정가제를 유지해 온 것입니다. 2014년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10%의 가격할인에 간접할인을 5%까지 허용하면서, 최대 15%의 할인이 가능하도록 제정한 것입니다. 또한, 신간을 포함한 모든 책이 도서정가제의 규제를 받게 된 것이 2014년부터입니다. 이때, 간접할인이란 포인트 지급 등의 방법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도서정가제, 그 효과와 전망은?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논란이 되는 데에는 그 효과를 쉽게 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먼저, 도서정가제의 시행 목적 중 하나였던 ‘동네 서점의 활성화’를 살펴본다면 도서정가제가 지역 서점의 생존 여건을 조금이나가 개선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순수서점의 경우 도서정가제 이전의 감소율이 2009년 10.6%, 2013년 7.2%였지만 시행 이후인 2015년에는 4.1%, 2017년에는 1.5%로 감소세가 완화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2015년 101개에 불과했던 독립서점이 2020년 650개로 늘어났다는 점에서 ‘독립서점’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서점이 등장한 데에는 도서정가제가 경쟁력의 기반이 되면서 도움을 주었다*고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동네 서점의 활성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도서정가제는 출판업계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출판인회의에서 2020년 9월 1일 발표한 ‘긴급 도서정가제 인식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출판인회의 회원사 및 인터파크송인서적 채권단 소속 2천500개 출판사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원사 1천500개를 포함한 전국의 서점 2천100개 등 총 4천6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도서정가제가 매우 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67.3%로 ‘전혀 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16.3%)의 4배가 넘었으며, 도서정가제의 개정 방향에 관해서는 ‘강화’(56.6%) 또는 ‘유지’(27.3%)돼야 한다는 응답이 84% 가까이 나왔고 ‘완화돼야 한다’는 응답은 13.2%에 그쳤습니다. 또한, 전국 출판사는 2014년 4만7천226개에서 2018년 6만1천84개로 38% 이상 증가했다**는 점에서도 도서정가제가 출판업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많은 이들이 주목했던 것 중 하나는 ‘독서인구 감소’입니다.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인해, 책값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독서인구가 감소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도서정가제의 시행이 독서인구 감소를 초래하는 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사항입니다. 독자개발조사보고서인 「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서에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일을 하느라 시간이 없다’가 19.4%로 1위를, ‘독서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다’가 17.4%로 2위를,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가 16.4%로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이때, 13개의 문항 중 ‘책을 사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1.4%로 1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이처럼, 독서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1.4%의 사람만이 ‘책값’을 꼽았다는 점에서 독서인구의 감소에 대해 도서정가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도서정가제로 인해 신간의 출간, 신인 작가의 탄생에 대한 부담이 적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도서정가제의 가격에 있어서 같은 가격일 때 ‘신인 작가의 책’을 선택하는 것이 부담된다는 등의 이유로 신인 작가, 신간을 구매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손상된 도서들에 대한 처리가 어려워졌다는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도서정가제의 적용 이전, 출판사들은 손상된 도서들을 낮은 가격대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함으로써 재고 처리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들 또한 매우 낮은 가격대로 책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상된 도서에도 도서정가제가 적용됨에 따라 출판사들은 손상된 도서를 처리하는 처리 비용이 늘어나며, 소비자 또한 낮은 가격대로 책을 구매할 기회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도서정가제는 다양한 인과관계 속에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존폐를 논하기 어려우며, 효과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전자책의 할인율은 달라야 한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논란을 뒤따르는 논란은 ‘전자책’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입니다.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견과 함께 떠올랐던 전자책은 종이책과 비교했을 때 보관과 이동이 편리하며, 그 가격이 종이책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급부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