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위원 윤예진


학창시절 반에 한두 명씩은 꼭 있던 문학소년 혹은 문학소녀를 기억하는가? 책을 가까이하는 이들에게 붙여지는 별명인 문학소녀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내게 남은 별명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문학소녀라는 별명이 무색하게도 나는 책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니다. 심지어 평소에는 책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문학소녀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단지 일 년에 몇 번씩 책에 빠져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책을 읽는 모습 때문이었다. 이제야 밝히지만, 가끔은 수업시간에도 몰래 책을 꺼내 읽을 만큼 책에 빠졌었다. 그만큼 나를 매료시킨 책의 매력과 그 매력들을 알 수 있는 책들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 상상을 펼치다.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책의 매력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것이자, 책이 대부분이 지닌 이 매력은 내가 처음 책에 빠져들었던 이유이자, 책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다. 가보지 못한 세계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상상을 할 수 있고, 다른 성별, 다른 나이의 존재가 되는 상상도 할 수 있다. 책을 통해 어떤 상상이든 할 수 있다.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2019, 허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2019, 허블.

그 중, 이번 기회를 통해 소개하고 싶은 책은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다. 여러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해당 책은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혹은 그저 ‘이런 세상이 올까? 이런 세상이 온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만 했던 것들을 글로 표현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외계인과 함께 생활하거나, 우주비행사가 아닌 일반인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세상, 죽은 사람의 영혼을 프로그래밍으로 구현해 사람이 죽은 뒤에도 대화할 수 있는 세상 등을 그리는 해당 책은 작가의 뛰어나고 다양한 상상력을 엿보게 한다. 그중에서 [감정의 물성]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단편소설은 여러 번 찾아 읽 정도로 인상 깊었다. 해당 단편소설은 다양한 감정들을 물체로 만들어 물체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그린다. 그 속에서 ‘행복’, ‘기쁨’과 같은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감정들뿐만 아니라 ‘우울’, ‘분노’와 같은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감정들까지 많은 인기를 끌며 팔려나간다.

주인공의 연인인 강보현 또한 우울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물성을 지니며 우울 속에 잠식하려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이야기의 끝에는 두 가지의 질문을 남긴다. ‘과연 우울과 분노가 부정적인 감정이기만 한가?’ 그리고 ‘나라면 어떤 감정을 가지려 했을까? 그리고 왜 가지려 했을까?’ 나는 이 점에서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책이 단순히 상상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또 다른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 수록된 여러 단편소설은 모두 다양한 상상을 하게 하고 그 속에서 고민을 해결하거나 새로운 고민을 던져준다.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언젠가 경험해 볼 수도 있는 과학이 발달한 미래의 세상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중고등학생 시절 과학이라면 치를 떨었고, 너무 어렵다며 울면서 과학을 공부했던 나조차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 또한 이 책의 매력이기에 SF 장르가 아직은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입문작으로 추천해보고 싶다.

“사랑이 그 사람과 함께 세계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지구에 남는 이유는 단 한 사람으로 충분했을 거야.”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사회의 현실을 똑바로,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망원경 같은 존재

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책의 매력은 사회 현실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학창시절 국어 과목을 공부할 때면 시대적 배경과 접목해 문학을 분석해 본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소위 고전으로 분류되는 책들은 그 책들이 쓰인 과거의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을 유추하게 하고, 현대소설로 분류되는 책들은 우리가 사는 사회의 현실을 재조명하거나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한다.

헨리크 입센, 인형의 집

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2010, 민음사

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2010, 민음사

먼저, 고전 작품으로는 헨리크 입센 작가의 <인형의 집>을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