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김지윤
‘건강권’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는가. 이름 그대로, 사람들의 ‘건강할 권리’를 말하는 게 건강권이다. 이는 개개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도 맞닿아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 바로 이 건강권과 함께 등장하는 또 다른 단어인 ‘건강불평등’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소득, 학력, 직업, 사회 환경 등을 이유로 도저히 건강할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리고 아직까지도.
feat. 국가, 의료보험제도의 차이
우리의 건강은 발 딛고 있는 국가의 영향을 받는다. 그중 건강과 가장 밀착되어 있는 것은 국가가 주관하는 건강보험이다. 건강보험은 국가가 국민들의 건강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가시적인 지표이고,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사회구조 안에서 사람들이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이름의 사회보험방식을 기용하고 있다. 1차적으로 국민이 낸 보험료로 지원 비용을 마련하고 국가는 2차적으로 지원한다. 사회보험방식은 국민들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 ‘해외에서 감기 걸리면 10만원이다.’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 통용되지 않는 이유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민간보험방식을 기용하고 있다.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다큐 영화 ‘식코’는 이렇게 시작한다.
<aside> 🎬 릭 씨는 테이블 톱에 중지와 약지 끝이 잘렸습니다. 가장 먼저 ‘난 보험이 없는데. 현금으로 내야 하나?’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병원에서 이런 방법을 제시합니다. 6만 달러를 내고 중지를 붙이든가 1만 2천 달러를 내고 약지를 붙여라! 로맨틱한 릭은 단돈 1만 2천 달러에 약지를 선택하고 쓰레기 매립지로 이사했습니다. 영화 ‘SICKO’
</aside>
65세 이상의 노인, 빈곤 계층, 장애인에게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를 제외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적 차원의 의료보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개개인이 민간 보험에 알아서 가입해야 한다. 돈이 없는 이들은 민간보험에 가입하기 어렵고, 가입하더라도 많은 보장을 받지 못한다. 더하여 보험에 가입한 이들조차 제대로 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내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국적에 따라 나의 건강이 국가로부터 보장 받을 수도, 보장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영향을 받는 것과 다름없다.
feat. 지역, 의료 인프라의 차이
우리의 건강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영향을 받는다. 18년도 10월 KBS뉴스에서는 ‘사는 곳이 목숨도 좌우’라는 제목으로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다뤘다. 뉴스는 적절한 의료서비스로 피할 수 있었던 사망이 인구 10만 명당 50.4명이라는 조사 결과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앞선 이유로 사망한 충북, 경북 등 비수도권 지역의 사망자는 서울의 약 3배, 4배까지 차이가 나며 정말 ‘사는 곳이 목숨도 좌우’한다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 더하여 심장질환 사망률은 서울보다 경남이 60% 높고, 산모의 분만시설 이동 평균 시간은 서울보다 전남이 13배 오래 걸린다. 양질의 의료 시설과 인력이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시도별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를 따지면 서울은 3.1명, 경북은 1.4명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 애초에 지방에는 300병상 이상의 병원이 적고 제대로 된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아 지방에서 일하는 것을 꺼리는 의사들이 많다.
feat. 소득, 의료비용 지불 능력의 차이
우리의 건강은 개인의 소득수준의 영향을 받는다. 소득은 주거 공간과 먹고 마시는 등 전체적인 건강 상태와 연결되어 있다. 더불어 교육 수준에도 영향을 미치며 학력은 다시 소득 수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되어 악순환 혹은 선순환을 만들어 낸다.
지난 7월 소득이 낮을수록 코로나19 사망 위험이 높아짐을 증명한 연구가 발표됐다. 소득이 최하위층인 의료급여 수급자는 고소득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3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상위 소득자와 비교하여 건강 상태가 더 좋지 않으니 높은 사망 위험률을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소득 수준이 낮은 이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높았다. 쪽방촌 같은 경우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효과적인 거리두기가 불가하고, 올해 여름 쉼터들이 문을 닫으면서 폭염을 못 견딘 주민들이 쪽방촌 입구 바닥에서 상자를 깔고 잠을 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마스크 착용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요구였다. 이들은 코로나19뿐만이 아니더라도 만성질환을 많이 앓는다. 가령 당뇨병은 소득 하위 20%의 유병률이 12.9%인 것에 반해 상위 20%는 7.9%로 차이가 크다.
평균수명 외에 건강수명이 있다.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불상으로 인하여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뺀 기간 즉, 실제로 활동을 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지표이다. 우리나라의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건강수명 차이는 11년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저소득자는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고 질병을 갖게 된 후에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려워 악화되기 십상이다. 보태어 정신건강과 맞닿아 있는 자살사망률에서도 불평등을 알 수 있다. 2015년 학력에 따른 자살 사망률에 따르면 초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자는 10만 명당 166.7명이 자살했다. 전문대 졸업 이상 학력자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4.5명이니 결코 차이가 적다 할 수 없다.